[서평] 마지막 변수: 현직 금융 AI 전문가가 수학과 모델링으로 증명하는 사유의 격
보통 '도를 닦는다'거나 '득도'라는 단어를 들으면, 속세를 떠나 깊은 산속에서 수십 년간 고행을 이어가는 구도자의 모습을 떠올리곤 합니다. 평생을 바쳐도 닿기 힘든 경지로 여겨지기에, 보통 사람들에게 득도란 현실과 동떨어진 피안의 세계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매우 대담하고도 솔깃한 가설을 제시합니다. 책에 담긴 논리적 프레임워크를 차근차근 따라오기만 하면 누구라도 단 3일 만에 사유의 격을 높여 득도에 이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황당 호기심으로 집어 들었다가, 그 이면에 정교하게 설계된 수학적 논리와 현대 철학의 깊이에 감탄하게 된 책, 노현빈 저자의 《마지막 변수》입니다.
포항공대 수학 박사이자 금융 AI 부장이 풀어낸 깨달음의 과학
이 책에 깊이 몰입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저자의 독특한 이력에 있습니다. 저자인 노현빈 님은 한국과학영재학교를 거쳐 포항공대 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정통 수학자입니다. 삼성SDS와 에듀테크 기업 뤼이드(Riiid)를 거쳐, 현재는 신한투자증권에서 AI솔루션 부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최첨단 데이터 과학의 최전선에 선 인물입니다.
관념적인 언어에 갇히기 쉬운 전통 철학의 한계를 넘어, 인공지능이 방대한 데이터를 압축하고 세상을 학습하는 메커니즘을 인간의 사고 구조에 대입했다는 점이 매우 신선했습니다. 최신 기술을 다루는 공학자의 시선으로 인간의 의식과 사유의 확장을 수학적으로 풀어낸 시도 자체가 독보적인 매력을 지닙니다.
'열반 3000'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3일간의 사유 확장
책은 유머러스한 소설적 도입부로 시작하여, 독자가 형이상학적 개념에 거부감 없이 빠져들도록 안내합니다.
- 1단계. 모든 생각은 모델이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구축하는 프레임워크인 '모델' 개념을 인간의 생각 방식에 적용합니다. 개인이 가진 사고의 깊이와 세상을 해석하는 모델의 수준이 곧 '사유의 격'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증명합니다.
- 2단계. 기본기의 완성(에센스)과 파괴(스타일): 탄탄한 기본기를 먼저 다진 뒤, 그 틀을 과감하게 깨부수며 자유로워지는 단계를 설명합니다. 특히 자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궁극의 이상적인 상태를 생생하게 시뮬레이션하는 가상의 자아를 '김득도'라는 유쾌한 개념으로 정의하여 실천적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 3단계. 비득도 식별과 지적 협업: 스스로 깨달았다고 착각하는 위험한 '비득도' 상태를 날카롭게 가려내는 기준을 제시합니다. 나아가 개인의 내적 깨달음에 머물지 않고, 타인과 높은 수준으로 소통하고 협업하는 실전 방법론으로 확장됩니다.
사유의 틀을 재정의하는 독서의 과정
인공지능의 수학적 개념과 동양의 구도적 사유가 얽혀 있다 보니, 처음 읽을 때는 개념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행히 책 후반부(p.210)에 친절하게 정리된 용어사전이 수록되어 있어, 낯선 개념이 나올 때마다 길잡이 삼아 찾아보며 읽으면 논리의 흐름을 명쾌하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단 한 번의 완독으로 저자가 구축한 방대한 사유의 모델을 온전히 흡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곁에 두고 여러 번 곱씹으며 읽다 보면, 머릿속에 파편화되어 흩어져 있던 생각의 기준들이 하나의 견고한 모델로 정돈되는 지적 쾌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인공지능의 데이터 모델링 관점에서 인간의 사고와 의식 구조를 새롭게 들여다보고 싶은 분
- 관념적이고 지루한 철학책에서 벗어나 직관적이고 유쾌한 지적 자극을 원하는 독자
- 자신만의 확고한 내면의 기준을 세우고, 일과 삶에서 사유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싶은 직장인 및 창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