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발상의 회로 - 감각이 없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없었다: 번뜩임 없이 기획을 완성하는 공식
블로그에 새로 올릴 글을 구상하거나 어떤 정보나 도서를 정리할 때, 빈 화면을 켜둔 채 한참 동안 깜빡이는 커서만 바라보며 막막함을 느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평소 방대한 경제·사회 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독창적인 통찰을 내놓는 유명 블로거 메르님의 글이나, 시장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기획자들을 볼 때면 '타고난 센스와 창의성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걸까' 하는 부러움과 자괴감이 동시에 들곤 했습니다.
아이디어가 번뜩이지 않는 이유가 내 감각의 부재 때문이 아니라, 생각을 기획으로 발전시키는 '시스템(회로)'이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이디어가 찰나의 영감이 아닌 철저한 연구와 공식으로 도출된다고 역설하는 책, 나카가와 료의 《발상의 회로》를 정독하게 되었습니다.
저자 소개: 7년의 버티기 끝에 아이디어의 공식을 입증한 나카가와 료
이 책의 저자인 나카가와 료 님은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카피라이터입니다.
그는 세계적인 광고회사인 덴쓰(Dentsu)에 입사했지만, 정작 본인이 열망하던 크리에이티브 부서에 배치받지 못하고 7년이라는 긴 세월을 변두리 부서에서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는 낙담하는 대신 "지속 가능한 기획은 타고난 센스가 아니라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사고의 시스템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만의 발상 프레임워크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고의 회로를 실무에 적용한 결과, 카피라이터의 등용문인 TCC 신인상과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 광고상 신인 부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결국 그토록 원하던 크리에이티브 핵심 부서로 발령받아 수많은 성공적 광고 캠페인을 만들어낸 인물로 거듭났습니다.
핵심 구조: 막힌 생각을 터뜨리는 4가지 연구법과 10가지 재미의 회로
책은 기획의 막막함을 깨부수는 기초적인 접근법부터, 단순한 아이디어를 통과되는 기획으로 만드는 실전 프레임워크까지 단계별로 안내합니다.
1. 아이디어가 막혔을 때 사용하는 4가지 연구 방법
저자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감각을 쥐어짜지 말고 문제 자체를 바라보는 각도를 바꾸라고 조언합니다. 그가 제시하는 4가지 연구 접근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개선: 기존의 불편함을 미세하게 다듬는 것
- 해결: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
- 해소: 문제가 지닌 심리적 부담을 완화하는 것
- 회피: 문제 자체를 우회하여 새로운 판을 짜는 것
책에서는 이를 '길을 막고 있는 거대한 바위를 치우는 그림 예시'로 보여주는데, 막막했던 문제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2. 기획을 통과시키는 10가지 '재미의 회로'
단순한 아이디어를 가치 있는 기획으로 발전시키는 핵심은 '재미'입니다. 저자는 아이스크림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적 소재에 10가지 회로(반전, 융합, 극한, 본질 등)를 하나씩 대입하며 독창적인 기획안으로 변형시키는 과정을 직접 보여줍니다.
실제로 제가 블로그 서평이나 콘텐츠를 구상할 때도, 단순히 책 내용을 요약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이 책의 핵심을 투자 매매나 일상 습관과 엮는 '융합의 회로'를 쓰면 어떨까?" 하고 대입해 보는 유용한 훈련이 되었습니다.
실제 적용 시의 깨달음과 솔직한 한계점
《발상의 회로》는 "창의력은 타고난 천재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부수고, 누구나 연습을 통해 기획 근육을 키울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실용적인 지침서입니다.
다만 실제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독자 관점에서 느낀 솔직한 아쉬움도 존재합니다.
- 대형 광고 대행사 사례 중심의 한계: 저자의 배경이 글로벌 광고회사인 덴쓰이다 보니, 책에 등장하는 예시들이 TV CF나 대형 마케팅 캠페인에 치중되어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1인 미디어나 개인 블로그 포스팅처럼 가볍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는 콘텐츠 글쓰기에 1:1로 즉시 적용하기 위해서는, 독자가 스스로 지면 환경에 맞게 한 번 더 재해석하는 번거로움이 필요합니다.
- 공식 대입만으로 완벽한 기획이 보장되지는 않음: 10가지 회로라는 체크리스트를 얻었다고 해서 당장 완성도 높은 기획서가 뚝딱 터져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에서 끊임없이 '왜?'라는 의문을 품고 메모하는 저자 특유의 집요한 데이터 수집 습관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만 이 공식도 제 성능을 발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기획서나 빈 모니터 앞에서 손가락만 자책하던 분들, 감각에 의존하지 않고 체계적인 논리로 내 아이디어를 설득력 있게 가다듬고 싶은 모든 분께 훌륭한 사고의 이정표가 되어줄 책입니다.
기획 시스템에 '논리적 사고의 뼈대'를 더하고 싶다면
《발상의 회로》를 통해 즉흥적인 감각 대신 기획을 완성하는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장착했다면, 이제 그 시스템을 단단하게 지탱해 줄 논리적 사고력(연역·귀납 추론)을 다질 차례입니다.
막연한 번뜩임 대신 명확한 개념 정의와 삼단논법으로 아이디어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법이 궁금하다면 아래 서평도 함께 확인해 보세요.